'법원은 다르리라, 순진한 믿음'...노회찬 의원의 2013년 2월 14일 대법원 의원직 상실 선고는 정의가 거꾸로 선 재판!!


7인의 변호사들 <한겨레21> 1009호 2014.5.3

-박갑주(변호사·법무법인 지향)

 

 

          (사진) 정의가 거꾸로 선 재판. 노회찬 의원이 2013년 2월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 선고를 받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삼성 X파일’ 속 뇌물 공여·수뢰자는 무혐의 처분되고, 보도하고 실명 공개하며 수사 촉구한 사람들만 기소, 대법원에서 결국 어처구니없는 판결


드라마에선 억울하게 딸을 잃은 일개(?) 형사도, 유력 대선 후보와 국내 최대 재벌가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 살인을 은폐한 자들을 처벌하게 만든다. 2012년 한 방송사에서 방영한 <추적자>라는 드라마의 내용이다. 사법 현실에서도 그와 같은 거대권력을 상대로 정의가 실현될까? 우리 사법제도와 법조인들에 대해 나름의 신뢰를 가지고 있던 나는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의 ‘삼성 X파일 사건’ 형사 변론을 맡으며 나의 이런 생각은 너무나 순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로 끝 


2005년 7월21일부터 삼성 X파일 사건이 보도되면서 국민 여론은 들끓었다. 7월25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정치권력과 언론, 자본, 검찰, 과거 안기부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며 X파일에 등장하는 검사 명단을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중앙일보>는 ‘다시 한번 뼈를 깎는 자기반성 하겠습니다’라는 사설을 발표했고, 삼성그룹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장관의 지시에 따라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것이고, 사실상 대화 당사자가 인정하고 있으니, 여론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판단했다. 불법 도청만이 아니라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대선 후보들, 검찰 간부들에게 돈을 주기로 논의한 대화 내용과 관련해서도 수사와 처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라고 발언한 뒤, 검찰이 사건을 대검 특수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할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의 대선 정치자금 제공, 간부 검사들에게의 금품 지급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X파일이 불법 도청을 통해 얻어진 증거여서 수사 단서로 삼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X파일 내용에서 확인되는 범죄 사실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검찰은 142일간이나 수사하면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만 실시했다. 검사는 X파일의 대화 당사자인 이학수 실장 등을 불러 조사했지만, 그 내용은 ‘뇌물을 준 사실이 있나요’라고 묻자 ‘돈 준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고, ‘X파일과 같은 대화를 한 사실이 있나요’ 하고 물으면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수준의 대화가 오간 게 끝이었다. 


결국 X파일의 대화 당사자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되었다. X파일 대화 내용 속에서 돈 전달 대상으로 등장하는 정치인들, 검사들도 수사하지 않았다. 반면 X파일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하고, 한참 지난 2007년 5월21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X파일 대화 내용 속에 등장하는 검사 명단과 대화 내용을 공개했던 노회찬 의원마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삼성이 검사들을 영입하는 이유


그런데 불법 증거라 사용할 수 없다는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이 아니더라도 검찰은 세풍사건 수사 등을 통해 이미 삼성그룹 관련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의지만 있었다면 진실을 밝히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이학수와 홍석현의 대화 뒤에 금품 전달 행위가 있었다거나 전달된 돈이 삼성그룹 비자금이었다면 공소시효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사법연수원에서 배우는 ‘검찰실무’ 시간에 검사인 교수는 ‘검찰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거악(巨惡) 척결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 X파일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거악을 척결하는 것이 아니라 거악에 눈을 감았다. 결국 수사 결과는 X파일 사건을 보도한 기자와 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국회의원을 기소하고,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대통령 선거와 검찰 조직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논의로 민주적 헌정 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범죄를 모의한 자들(이상호 기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 중 소수 의견 일부)은 무혐의 처분하는 비상식적인 결론으로 끝났다. 


참여연대는 X파일 수사가 한창이던 2005년 8월1일 이미 ‘삼성이 검사들을 영입하는 이유’라는 자료를 통해 X파일 사건 검찰 수사팀 및 지휘 라인과 삼성그룹 법무팀에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분석하면서 “삼성그룹의 법조인 영입은 기업 경영상의 필요보다는 일종의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도청 수사팀 및 지휘 라인에 있는 10명의 검사와 검찰 출신 삼성 변호사의 경력 비교는 이런 우려가 근거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힌 적이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참여연대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나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법원은 다르리라는 순진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 나의 믿음에 부응하듯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상호 기자에 대한 1심 판결에서 X파일의 내용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공익적 사항이어서 이를 보도하는 것이 부득이했다, 보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부도 노회찬 의원에 대한 2심 판결에서 X파일의 녹취록이 일반인이라면 사실이라는 강한 추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검사 명단을 공개한 부분은 녹취록이 삼성의 검사들에 대한 조직적 금품 전달 계획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수사 촉구 등 정당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패소 뒤 법원에 대한 믿음마저 사라질 무렵 2심 법원에서의 무죄 선고는 사법정의는 법원에서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지켜주었다. 판사가 30여 분에 걸쳐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법정은 때로는 한숨으로 때로는 환호로 술렁였다. 마지막에 ‘피고인 노회찬은 무죄’라고 선고되는 순간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법정을 흔들었다. 법원 앞에 펼쳐진 ‘삼성 X파일 진실 규명을 위해 나선 국민 모두의 승리입니다’라는 플래카드 문구가 현실로 나타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잊지 못할 순간은 다른 의미의 잊지 못할 순간으로 대체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피고인 노회찬은 유죄’라고 선고했다. 대법원은 X파일의 대화 내용에 언급된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수사를 촉구한 행위에 대해 X파일 속 대화 시점은 8년 전의 일이므로 대화 속의 검사 실명 공개 행위는 비상한 공적 관심사라 볼 수 없고, 명단을 공개해 발생하는 이익이 통신비밀을 유지해 발생하는 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 판결로 노회찬 의원은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X파일 사건은 노회찬 의원의 말대로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니까 도둑인지 아닌지는 조사하지 않고 ‘왜 한밤중에 주택에서 소리를 지르느냐’며 소리치는 사람을 처벌하는 꼴”이라는 사법 현실을 뼈아프게 확인하며 끝났다.


“국민의 심판이 아직 남았다”


삼성 X파일 사건은, 안진걸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의 “상식과 정의가 완전히 거꾸로 선 사례로 남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권악징선(勸惡懲善)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법조인으로서 큰 절망감과 부끄러움을 안겨준 사건으로 남았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던 날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니다. 국민의 심판,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한 것처럼, 비록 사법 현실에서는 정의가 실현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다른 방식으로 정의가 실현되리라 믿는다. 그것이 내가 ‘X파일 사건’을 굳이 ‘삼성 X파일 사건’이라고 명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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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omychans)

20대 국회의원(창원시 성산구) 정의당 원내대표 진보 정치 최초 3선 의원 &국민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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