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의 난중일기]

 

2014. 4. 30(수)

 

백성을 버린 선조와 배신당한 백성들이 불태운 궁궐..지금 민심과 크게 다르지 않아..

  

 

 

“수백명의 죽음을 값진 희생으로 승화시키는 유일한 길은 다시는 이런 참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민,관,여,야를 넘어서는 범국민대책기구를 구성하여 원인을 규명하고 모든 시스템을 점검하고, 법률적 뒷받침을 완성해야한다.”

 

 

 

1592년 4월 30일 새벽 선조는 서울을 버리고 임진강으로 향했다. 그러나 서울의 사대문은 굳게 닫혔으며 백성들이 피난가는 것은 금지되었다. 약탈과 방화가 잇따랐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불태운 것으로 알려진 경복궁은 사실 배신당한 조선 백성들이 불태운 것이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세 궁궐이 일시에 모두 타버렸다. (노회찬과 함께 읽는 조선왕조실록 p.167)

 

422년 전 오늘의 일이다. 지금의 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 세금으로 권력을 행사해 온 모든 사람들이 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대통령이 몇번 더 사과하고 총리 자르고 장관 몇 교체하고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타격받는 등 정치적 응징으로 끝나고 그리고 몇달 후 모든 것은 잊혀지고 다시 4월16일 전과 같은 일상으로 이 사회가 돌아가는 것이다.

 

이제까지 늘 그래왔다. 소 잃고 외양간 안고치고 다시 소잃고 그래도 외양간 제대로 안고치고. 그래서 이번 사고도 발생한 것 아닌가. 그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수백명의 죽음을 값진 희생으로 승화시키는 유일한 길은 다시는 이런 참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 일 뿐이다.

 

이 일을 정부에만 맡길 수 없다. 공허한 다짐과 즉흥적인 개선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민,관,여,야를 넘어서는 범국민대책기구를 구성하여 일년이 걸리든 이년이 걸리든 원인을 규명하고 모든 시스템을 점검하고 대책까지 수립해야 한다. 이를 국회에 제안하고 국회가 검토, 채택하면서 예산배정과 법률적 뒷받침을 완성해야 한다. 이 비극이 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때 영령들도 비로서 눈을 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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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omychans)

20대 국회의원(창원시 성산구) 정의당 원내대표 진보 정치 최초 3선 의원 &국민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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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4월29일(월)
국회쇄신이 시작되어야 할 곳-안철수의원 상임위문제

작년 4월 총선 직후 의원회관 방 배정을 위한 추첨이 있었다. 의원회관의 300개 의원사무실 중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은 한강이 흘러가는 전경이 다 보이는 쪽이었다. 국회 사무처는 이 전망 좋은 방을 각 당별로 얼마씩 나누어 배정하였고 내가 속한 당에선 재선의원과 여성의원 중에서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기로 했다. 516호에서 522호까지가 선택대상이었다. 운좋게 나를 대리한 보좌관이 1등으로 당첨되었다. 당연히 나는 숙연한 마음으로 518호를 선택했다. 516은 몹시 불편한 숫자였고 520은 바로 윗층방 주인이 516연고자였다.

이 518호실을 안철수의원이 ‘전임자 방을 배정하는 관례에 따라’ 배정 받았다고 한다. ‘관례’라...는 말이 어색하긴 하나 4.24재보선에서 당선된 3인을 각각 전임자 방을 배정하는 것 이상의 합리적인 방식을 찾긴 어려웠을 것 같다. 말하자면 ‘합리적 편의주의’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의원이 518호실을 배정 받았다고 해서 상임위도 전임자가 속했던 정무위로 가야한다는 것은 억지이다. 여기선 관례나 편의보다도 당사자의 ‘희망’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사실 상계동주민들은 결원이 된 노원병 국회의원을 보궐선거로 선출한 것이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결원이 발생해서 그 위원을 뽑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회에 국회의원 정원은 있지만 상임위원회 정원이라는 것은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정원이 없으니 따라서 결원도 없다. 여야 합의 운운하지만 현재 상임위원회별 위원 수를 보면 원내 교섭단체들의 담합이 얼마나 부끄러운 결과를 낳는지 알 수 있다. 겸임상임위를 제외한다면 300명의 국회의원이 배치되어야 할 상임위는 모두 13개다. 상임위 배정이 공평하고 합리적이었다면 한 상임위당 평균 23명의 의원들이 배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부익부 빈익빈이다.

현역의원들의 지역구관리에 필요한 자원과 기회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상임위는 희망자가 넘친다. 반면 일 많이 하고 생기는 게 적은 상임위는 기피대상이다. 이 문제를 국회의장은 여야합의 사항이라며 방관하고 여야 원내교섭단체 대표는 담합으로 특권을 확장한다. 그 결과가 국토교통위원회가 31명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30명인 반면 일 많고 생기는 게 없는 법사위는 16명, 입만 열면 서민이니 복지니 하시지만 환경노동위원회는 15명, 농림축산위원회는 19명, 보건복지위원회는 21명이다. 그 중요하다는 ‘국방’위원회도 17명이다.

이처럼 현재의 상임위원회 정수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담합의 산물이며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도 아니다. 따라서 안철수의원이 자신이 희망하는 다른 상임위로 가기 위해선 다른 의원과 합의해서 상임위를 바꿔치기 해야 한다는 주장도 근거없는 궤변이다. 다들 기피해서 평균치인 23명도 안되는 상임위 중에서 어디든 가겠다면 박수치며 받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상임위별로 여야의 균형을 고려하면 아무데나 갈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국토교통위는 어떤가? 환경노동위의 두배가 넘는 31명이 몰려 있는 이 물좋은 상임위는 현재 새누리당 17명, 민주당 13명 무소속 1명이다. 무소속의원 한명 더 들어간다고 여야균형 위협받지 않는다!

원래 이런 일은 조용히 처리되어야 한다. 일이 이렇게 시끄럽게 된 데에는 국회의장의 직무유기와 원내 제1당 제2당의 담합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국회쇄신, 정치쇄신이 시작되어야 할 곳은 여기서부터 이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을 때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10명에게는 아무 상임위나 1명씩 원하면 다 보내준다는 여야 양해가 있었다. 나는 재벌과 금융을 다루는 정무위를 신청했고 박사급 보좌관들을 여러명 채용해서 한달간 열심히 준비했다. 그러나 국회의장은 나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고 정무위 대신 법사위로 강제 배치하였다. 법사위는 특성상 사법고시 출신이 90% 이상인데 율사출신들이 활동제약이 심하고 일 많은 법사위를 다들 기피하기 때문에 수가 너무 모자란다는 것이다. 다년간 법무부의 보호와 관찰하에 고락을 함께 한 것 말고는 별다른 법조계 경력이 없다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재벌, 금융전문가인 보좌관들을 해고하였다. 그들은 나를 위해 전망좋은 자신의 직장을 그만 둔 사람들이었다.

몇 번 망설였지만 국회실정을 아는 누구도 말하지 않아 그 아픔의 기억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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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4월 9일(화) 맑음

 

최근 위로 겸 격려전화를 하신 분들 중에 노원에서 선거운동 하느라고 얼마나 힘드냐며 묻는 분들이 많다. 삼성X파일 대법원판결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말하면 다들 놀라신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선 염려가 되었는지 직접 찾아와 당부한다. 지하철역에서 출근인사 하는 후보 옆에 아무 말도 않고 그냥 서 있는 것도 안된다고 한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몇 미터까지 접근이 가능한가 물었다. 자신들도 궁색한지 대답 대신 웃기만 한다. 집에 들어가는 것은 가능하냐 물었더니 역시 소이부답(笑而不答). 그건 가능하다는 표정이다!

 

걱정이 많은 선관위는 친절하게 공문까지 보내왔다. 선거공보물등에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할 경우 최근에 찍은 것은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전에 둘이 찍은 사진은 괜찮다고 한다. 사려가 끝을 알기 어려울만큼 깊다! 그래서 선관위의 배려로 만들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쓰기로 했다. 그 첫 번째는 표고버섯 짜파구리 만들기이다.

 

기본재료는 짜파구리와 너구리 하나씩이다. 짜장스프와 라면스프가 확보되는 다른 조합도 가능하다.

짜파구리 만들기의 핵심은 스프 배합비율이다. 짜파게티 스프 한봉지와 너구리 스프 반봉지가 권장비율이다. 남는 소스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표고버섯을 고명으로 쓰기로 했다. 냉동실에 어쩡쩡하게 방치된 처치곤란한 음식재료를 활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실한 영양가를 보충하기 위해 다진 쇠고기도 볶아넣을 예정이다. 사진과 요리를 둘 다 잘하는 건 늘 어려운 일이다.

표고버섯과 쇠고기를 넣었으니 이선(二鮮) 짜파구리이다. 다음엔 제사 지내고 남은 새우나 전복을 넣은 삼선(三鮮) 짜파구리를 만들 터이다. 여하튼 아내를 위해 만든 음식인데 아내가 맛있다고 하니 성공이다. 좋은 기회를 준 대법원과 선관위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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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3월 11일(월) 맑음

짜빠구리 재료를 사다

아내가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선언을 한 날 돌아오면서 정색하며 내게 말했다.
“이제부터 당신이 집안일을 해야 해. 그동안 내가 해 온 만큼만 해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왔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면 그동안 가사노동에 좀 더 많은 역할을 해두는건데..’

... 사실 예전에는 가사노동을 즐긴 편이었다. 특히 음식 만들기는 참 좋아했다.
싸고 질좋은 제철 음식재료를 장만하기 위해 멀리 있는 시장을 찾아다녔고 조리도구에도 관심이 많아 해외여행 갔다가 현지에서 구입한 생선회칼을 기내로 반입하려다 소동을 벌인 적도 있었다. 각종 양념과 향신료를 무턱대고 구입하는 바람에 구박도 많이 받았다.

그래선가 결혼 초기 아내가 아파서 며칠 입원했을 때 걱정도 되었지만 내심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드디어 때가 왔다’

병원에서 나오는 밥을 못먹게 하고 매끼 집에서 각종 죽을 쒀서 입원실로 날랐다. 야채죽, 버섯죽, 계란죽, 쇠고기죽, 해물죽 등등. 자연산 홍합을 구하지 못해 죽의 지존 홍합죽을 먹이지 못한 것은 한동안 마음의 상처로 남기도 했다.

결혼하고 한달 쯤 지난 어느 일요일, 처남이 예고없이 찾아왔다. 아내는 바깥행사에 참가하느라 집에 없었다. 마침 그 때 나는 방안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알타리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전날 사다가 다듬고 절여놓았던 알타리에 젓갈을 듬뿍 넣어... 처남은 이 낯선 광경에 다소 놀라는 눈치였고 소문은 빠르게 처가식구들에게 번졌다. 이 효과는 한 삼년 간 것으로 기억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음식 만들기 메뉴는 계속 혁신되어 갔다. 매생이 굴국에서 프랑스식 홍합찜요리로, 표고버섯 가니쉬를 곁들인 비프스테이크를 거쳐 최근엔 중국 광저우식 생선찜요리인 칭쩡위로 동서양을 망라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음식 만들기는 뜸해졌고 성격도 변질되어 갔다. 생활의 일부에서 민심이반을 수습하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해 갔다.

그러다보니 이번 아내의 출마소식은 신혼초 아내의 입원소식만큼 반갑지 않다. 그러나 어떡하랴. 때는 이미 온 것을.

어제 들어오며 집앞 가게에 들러 짜파게티와 너구리 다섯 개씩 샀다. 주인아주머니가 배시시 웃는다. 짜빠구리 해 드시게요? 인터넷에서 본 짜빠구리 레시피를 되뇌며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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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노동조합과 함께한 "사랑의 연탄배달"

 

 

노회찬 의원은 지난 10일(목)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에서 사랑의 연탄 배달을 했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과 노원나눔의집이 공동주최한 이날 행사는 "SK브로드밴드 노사 회원들과

대진고등학교, 서라벌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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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삼성전자 기흥공장을 방문하다

 

11월 6일 (화) 사흘째 비, 서해바다엔 파랑주의보

 

오늘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기로 한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실태확인 및 근절대책 청문회>는 무산되었다. 물론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부회장 및 이마트대표,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 4명의 증인이 불출석을 미리 통보해왔기 때문에 청문회 무산은 예상된 일이기도 했다.

 

사실 오늘의 청문회는 이 4명의 증인이 지난 11일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출석하고 그래서 23일 국감회의에 재출석을 요구했으나 다시 불출석해서 이번엔 그냥 넘어갈수 없다고 판단한 정무위원들이 청문회를 개최하며 다시 증인으로 이들을 부른 것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불출석 사유는 해외출장이다.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10월부터 계속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출석요구 받을 때마다 해외출장 일정이 잡히는 일종의 자동 동기화, 싱크로나이즈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헌법기관 위에 군림하고 있는 시장권력의 위세를 확인해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는 국회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힘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청문회를 다시 소집하자고하나 다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청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하자고들 한다. 여론과 국회의 질타도 우습다고 버틴 이들이 고발을 두려워할 것인가?

 

지난 1998년에서 2011년까지 13년 동안, 국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후 불출석하여 고발된 건수는 모두 211건이었다. 이 중 117건은 검찰에 의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 받고, 63건은 벌금형으로 약속기소 되었으며 23건만이 정식 재판으로 회부되었다. 그러니 누가 국회의 출석요구를 두려워하랴!

 

한국의 국회가 재벌그룹, 대자본 앞에 비참한 신세가 된 것은 헌법과 법률상의 권한이 작기 때문은 아니다. 국민이 국회에게 위임한 권력을 제대로 쓰지 않거나 잘못 써왔기 때문에 생긴 필연적 결과이다. 사실 이제까지 대한민국의 국회는 국민의 공복이라기보다 재벌의 시녀로서의 역할을 해 온 셈 아닌가? 재벌의 불법, 탈법행위를 감싸고, 특혜를 강화하는데 국회의 입법권, 예산심의권, 국정감사권이 오용, 남용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란 재벌과 대자본을 헌법과 법률 아래 무릎꿇게 만드는 일이다. 헌법과 법률을 지켜야 헌법과 법률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서방파, 양은이파만 조폭이 아니다. 자신의 힘으로 타인을 짓밟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탈법, 불법을 무시로 일삼는 모든 조직화된 폭력이 조폭이다. 지금처럼 조폭이 여전히 설치는 한 대한민국은 아직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그래서 조폭과 공존하지 않는 정권이 들어설 때만이 진정한 정권교체라 부를 수 있다.

 

심상정후보와 함께 삼성전자 기흥공장을 방문했다. 쌍용차, 현대차에 이은 세 번째 행보이다.

한 밤중에 트위터로 의견을 묻어오는 이가 있다.

“김지하 시인이 박근혜를 지지선언 했는데 노회찬 의원님이 김지하 시인님께 드리는 말씀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마지못해 답하고 만다.

“지하의 일을 지상의 제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가을비가 사흘째 내리는 밤,

'민주주의여 만세'라는 싯구절이 노래말이 되어 귓전을 떠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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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일) 흐리고 비

 

태권도대회, 등반대회, 족구대회, 소프트발리대회. 오늘은 네 곳. 매주 일요일 오전은 늘 비슷하다. 주된 활동일 순 없지만 안 갈 수 없다. 주민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참석한다.


표창과 축사가 기다리고 있다. 대개 주인들은 운동장이나 체육관 마루바닥에 심드렁하게 서있고 손님들은 맞은편 의자에 엄숙하게 앉아 있다. 간혹 참가자 수와 내빈 수가 같은 기괴한 장면도 연출된다. 행사가 길어질수록 서있는 주인들은 불편하다. 내가 드릴 수 있는 최대의 성의는 짧은 축사이다.

 

10초, 길어도 20초 이내에 축사를 끝낸다. 하기야 상품을 선전하고 제발 사달라고 애원하는 CM송의 길이가 19초 아니던가! 나는 주장한다. 축사가 1분을 넘기면 축하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받아야 마땅하다! 2008년 어느 공개행사에서 내가 ‘축하합니다’란 다섯글자로 축사하며 큰 박수를 받은 이래 노원구에선 축사 짧게 하기 경쟁이 일어났다. 당시 구 한나라당의 어떤 국회의원은 연설대로 가지도 앉고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축하합니다’고 외친 적도 있었다.

 

수첩을 읽는 게 아니라면 정치인의 말은 짧을수록 미덕이다. 허나 생각해보면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같은 뜻을 짧게 표현할 수 있다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뜻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여느 사람이라면 자신의 살아온 역정을 밤새워 얘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인생도 줄이고 또 줄이다보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3분 이내에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냐고? 실험해보면 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 뒤 그것을 계속 줄여보는 거다. 하다보면 마침내 3분 분량으로까지 줄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진보정의당 창당과정에서 회의를 주재하면서 나는 말했다. 발언은 3분 이내로 해달라고. 살아온 과정도 3분이면 충분히 담을 수 있다고. 자신의 인생을 3분 이내에 표현할 수 없다면 그 인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며 농담까지 하였다. 사실 3분이 넘으면 그건 ‘발언’이 아니라 ‘연설’이다. 그래서 일장연설(一場演說)도 영어로 번역하면 'long speech' 아닌가.

TV토론에서도 1회의 발언은 4-50초가 적당하다. 1분이 넘으면 시청자들에겐 지겨움을 주기 시작한다. 1분 30초면 시청자들은 인내심 테스트에 돌입하게 된다. 대통령선거 정책토론회에서 한 정책에 대해 설명할 때 주어지는 시간의 최대치는 1분 30초이다. 그 시간이면 CM송 4곡 부르고도 남는 시간이다!

 

그러고 보니 더욱 난감하다. 우리가 ‘하루’라고 부르는 시간은 CM송 4천3백4십7곡을 부르고도 남는 시간이거늘!

일요일 밤, 빗길을 달려 <저공비행-시즌2> 녹음을 시작했다. 시즌1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할까요?’, ‘하죠!’ 이렇게 시작했다. 바쁘니까 녹음은 일요일 밤 늦은 시각으로 잡고. 사전에 어떤 기획회의나 콘티도 없이. 첫회 녹음 시각 30분 전에 만나 그날 할 얘기의 꼭지를 십분간 나누고, 만난 김에 전혀 다른 얘기를 한 20분 나누고 ’들어갑시다!‘ 오늘도 꼭 마찬가지다.

 

진중권교수가 고맙게 또 출연해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진교수에게 안부를 묻지 않고 대뜸 변희재선생 안부를 걱정했다.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가 왜 그리 불리할 뿐인 합의를 했는지?

 

지난 3월 중순, 예고도 없이 중단된 <저공비행>을 7개월만에 다시 시작했다. 서로에게 매우 힘들었을 그 7개월에 대해 우린 아무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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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공비행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111() 맑음

유시민 전대표와 함께 <저공비행>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총선 이후 불시착한지 7개월여만이다. 경비행기 조종사면허증을 갖고 그간 <단독비행>을 즐겨온 진중권교수를 <저공비행 시즌2> 첫 비행에 모시기로 했다. 다음주 초에 시즌2 첫회가 나갈 예정이다.

 
오후 2시 심상정후보와 함께 전태일다리 명명식에 참석하다. 2001년 1월 1일 신년 기념행사로 전태일 열사가 산화해간 그 자리를 청소하고 장미꽃을 바쳤던 일이 기억난다. 그간 추진해온 사업 중 하나가 첫 결실을 맺어 감개무량하다. 그러나 전태일거리는 아직 공식 지정되지 못했고 전태일기념관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전태일기념관이야말로 양대노총 1백만 조합원이 1만원씩만 내어도 정부 힘 빌리지 않고 지을 수 있는데 민주노조운동 25년에 우린 아직 이걸 못하고 있다. 이럴 땐 과거 노동운동 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오랜만에 새누리당 당대표까지 나서서 심상정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후보의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박후보에겐 그런 자격이 없다는 심후보의 문제제기에 발끈해서 나선 것이다. 심후보의 지적이 몹시 아팠던 모양이다. 그러나 박근혜후보에 대해 <단아하고 조신한 몸가짐으로 한국여성의 품격을 세계 앞에 보여왔다>는 황우여대표의 발언이 보여주는 여성관이 가관이다. 한국의 성평등지수가 세계 135개국 중에서 108위인데 누가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나? 정부 수립 이후 64년 중에 새누리당이 41년간 집권한 결과가 성평등 108위 아닌가? 그런데 새누리당 대표가 심후보에게 ‘전 세계 여성들에게 사과하라’고 한다. 그렇다 성평등 108위 집권여당 박후보가 만에 하나 당선된다면 심후보와 우리는 전 세계 여성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진심으로.

 
이른바 ‘노크귀순’으로 넘어온 북한병사에게 심문도 하기 전에 라면부터 끓여줬다고 국회 정보위에서 정청래의원이 문제를 삼았다고 한다. 군 기강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초췌한 길손에게 누구냐 묻지도 않고 식은 보리밥에 쉰 김치 한보시기 차려주는 옛 인심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오랜만에 인간의 체온이 느껴지는 군소식이다.

 
정의원이 심문 먼저 안했다고 다그쳤지만 정의원에게 심문을 맡겼다면 이것부터 물었을 게 분명하다.

 
“어떤 라면 드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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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omychans)

20대 국회의원(창원시 성산구) 정의당 원내대표 진보 정치 최초 3선 의원 &국민사이다

<난중일기>10/30 박근혜후보, 땀흘려 보았나?

 

10월 30일 (화) 맑음

 

스스로 아무 것도 갖지 않고 노인봉사에 온 몸을 투신하고 있는 안형준님이 문자를 보내왔다.

 

<이순신장군이 하루종일 싸우고 돌아와서 막 주무실려고 하는데...

부하장수가 물었다.

“장군 오늘은 일기 안 쓰시나요?”

 

너무 피곤한 이순신장군 말씀하시길...

“오늘은 귀찮다... 난중에 쓸란다.”

 

그래서 “난중일기”가 되었다는 전설이..^*^

 

달력에는 “나중에”와 “언젠가”라는 말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미루지 않고....오늘도 홧팅>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난중일기>를 쓴다.

 

오늘은 심상정후보와 정치개혁안 공약 발표를 마친 뒤 쌍용자동차 경영진을 만났다. 비공개를 전제로 면담을 추진했지만 인도 마인드라그룹의 고엔카사장등과의 대화에서 쌍용차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하다.

 

내일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현대자동차 사장을 만나기로 했다.

 

선대위 발족 이후 심상정후보의 행보에 탄력이 붙고 있다. <땀이 정의다>라는

슬로건도 다른 후보의 슬로건에 비해 탁월하다. 좀 촌스럽다는 반응도 있지만 설명을 듣고 보면 진보정의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멋있는 슬로건이다. 심상정후보가 당선되면 이 슬로건을 만든 사람에게 술 한잔 사야 할 것이다.

 

대선후보 TV토론이 시작되면 심상정후보는 박근혜후보에게 물을 것이다.

 

"박근혜후보!  땀 흘려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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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창원시 성산구) 정의당 원내대표 진보 정치 최초 3선 의원 &국민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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