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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진보가 박근혜에게 말한다/릴레이 인터뷰 <4>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더많은 복지보다 지속가능 복지로… 공약 다운사이징해야”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57)는 ‘운동권 1세대’로 불린다. 1986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창립을 주도했고, ‘매일노동뉴스’ 발행인(1992년),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대표(1993년),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이사(1995년) 등을 지내며 노동 문제에 천착했다. 그러다 2000년 ‘제도권 민중정당’을 표방한 민주노동당의 창당 멤버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노동정책에 대해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등의 대선 공약은 굉장히 획기적인 것”이라고 긍정 평가한 뒤 “일자리와 복지를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와 전략적 동맹을 맺을 준비가 돼 있다. 보수와 진보의 전략동맹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박 당선인이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와 아버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화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와의 인터뷰는 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시간 반 동안 이뤄졌다.

 

―야당의 노동전문가가 박 당선인의 경제·노동 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모습은 낯선데….

“박 당선인의 무상보육 공약(0∼5세 무상보육)은 내가 2010년 서울시장 후보(진보신당) 시절 내세운 것(0∼4세 무상보육)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놀랐다. 요즘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을 탐독하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차이만 없다면 비정규직이 있어도 된다. 똑같은 일에, 똑같은 임금을 준다면 비정규직, 파트타임(노동자)을 써도 되지 않겠나. 진보도 시각을 바꿀 때가 됐다.”

 

 ―박 당선인은 복지 관련 공약도 많이 내놨다. 그러나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은데….

“다운사이징(소형화)이 필요하다. ‘더 많은 복지’보다 ‘지속가능한 복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은 현재의 조세제도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는 100% 이행이 불가능하다. 증세(增稅) 없이는 못 한다. 그래서 할 것과 안 할 것을 나눠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인기영합주의적) 정책은 나도, 민주통합당도, 박 당선인도 공약했다고 본다.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해 못 할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사과하고 복지의 우선순위나 규모에 대해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야당과 국민의 동의를 구하면 된다.”

 

―복지 공약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

“보육→일자리→노인 복지 등의 순서가 돼야겠다. 박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 공약은 되면 좋지만 한 번에 다 하기 어렵다. 대학 진학률이 80%나 되는 비정상적 상황을 그대로 둔 채 등록금을 반으로 깎아준다는 것(반값등록금)은 문제가 있다. 대학 안 나오면 사람 취급 못 받는 현실은 그대로 두고 돈을 대주겠다는 건 사회가 잘못 굴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증세 없는 복지 재원’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소득 양극화를 내버려두고 복지로만 해결하려 하면 하느님이 와도 못 한다. 병을 줄이지 않고 약값만 대주는 건 ‘병 주고 약 주고’다. 더 많은 복지가 좋은 게 아니라 복지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이 잘 실현되려면 일자리와 복지가 함께 가야 한다. 돈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 청년실업 등 노동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해결 방안을 조언한다면….

“박 당선인에게 여야와 정부, 노사(勞使)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경제민주화 실천을 위한 사회연대협의회’ 설치를 제안한다. 경제민주화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이나 재벌의 ‘보여주기’식 양보로 실현될 수 없다. 노사 문제나, 복지 이슈에 대해 야당을 전략적 파트너로 활용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같은 정책을 입법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것이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사태의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데….

“국정조사는 목표(해결)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핵심은 마지막에 해고된 159명에 대한 구제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즉각적인 전원 복직이 아니더라도 사(社)측이 순차적인 복직 계획을 밝히면 해결될 수 있다. 노동자를 자살로 내몬 한진중공업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문제도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박 당선인은 ‘100%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노동자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100% 대한민국은 이뤄질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과거 정권과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까.

“이명박 대통령의 패착은 노무현 정부와의 이데올로기적 차별화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좋은 점은 계승하고 문제점은 폐기해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이 해놓은 건 다 없애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런 태도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아(自我)가 너무 강했다. 대통령의 반은 자신의 생각, 반은 국민의 소리를 따라야 하는 자리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동시에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낸 경륜을 공부해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 박 당선인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제지로 전태일 재단을 방문하지 못한 일이 있다.

“박 당선인 개인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 때 벌어진 쌍용자동차의 대량 정리해고, 노동조합에 대한 폭력 진압 등에 대한 반발감이 표출된 것이다. 박 당선인은 백지 상태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강자(强者)는 약자(弱者)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보수진영이) 노조를 마치 간첩조직처럼 취급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대선 때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48%를 어떻게 껴안아야 할까.

 “한쪽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만 다른 한쪽은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 이것은 박 당선인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아버지 시대의 역사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 박 당선인이 그 벽을 넘어야 한다.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호남 출신 인사를 국무총리 등에 앉히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 오래가지도 못한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 총수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먼저 만났다. 이것이 진정한 국민통합이다. 중소기업이 만든 타조가죽 가방을 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계층 간 화합을 위한 행보를 앞으로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박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고 들었는데….

“유신(維新) 때문에 이 길(정치)로 들어선 사람이니까…(웃음). 유신 2년차를 맞은 1973년에 고교(경기고) 1학년이었다. 당시 유신 반대 유인물을 제작해 배포한 것이 이 길로 들어선 시작점이다. 역사적 인연이 있는 거다. 어머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때 ‘장한 어머니상’을 받아 박 당선인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와 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다. 반지도 받았다는데…. 2000년 YMCA의 정치개혁 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을 만났을 때는 놀랐다. ‘박정희 딸’ ‘영애(令愛)’로 생각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치개혁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으로 보이는구나…. 동의가 되진 않았지만 이게 현실이구나 싶었다.”

 

 ―최근 박 당선인의 ‘밀봉 인사’에 대판 비판이 많은데….

“박 당선인은 곧 구중심처(九重深處·청와대를 뜻함)로 들어가게 된다. 신(新)권위주의에 의존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사람들이 눈치 못 채도록 신비주의를 추구하면서 자신의 권위를 높이지 말라는 뜻이다. 소통의 면적을 넓혀야 한다. 귀를 닫으면 국민들의 생각과 더욱 거리가 생긴다. 새누리당도 더이상은 불통 소리가 안 나오게 개방적으로 변해야 한다. 박 당선인 스타일이 개방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대선 때 공약으로 채택한 것만 봐도 박 당선인은 세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소통의 면적을 넓히기 위해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국무총리로 기용했으면 한다. 그런 측면에서 여성 총리도 적합한 카드라고 본다.”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란 이슈는 박 당선인이 선점한 모양새가 됐는데….

“지난 대선이 보수의 승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경제민주화의 방향과 속도가 바뀌는 선거였고, 박 당선인은 더 잘할 후보로 선택을 받았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의 공약은 더 진보적이었지만 ‘정권교체론’에 묻혀 존재감을 상실했다. 지난 대선은 1987년 대선과도 비교점이 많다. 1987년 대선은 겉으로는 김영삼(YS) 김대중(DJ) 후보의 분열로 노태우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된 선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치민주화를 주도할 사람을 뽑는 선거였다. 지방자치제도를 누가 도입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를 가리는 선거였다는 얘기다.”

 

 ―사실상 야권단일 후보였던 문재인 전 후보의 패인(敗因)을 지적한다면….

“문 전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보이는 데 그쳤다. 우리 편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우리 편을 확장시키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진보진영은 작은 호응에 도취돼 자만에 빠졌다. 진보의 역할인 국민의 아픔을 대변하는 데 소홀했다. 박 당선인이 국민이 원하는 걸 더 빨리 깨달은 것 같다. 그것이 박 당선인의 승인(勝因)일 것 같다.”

 

 ―진보진영은 어떻게 가야 할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문제는 작은 권력에 도취된 단적인 사례다. 진보정당은 지난 10여 년간 역사 속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로 전락했다. 더 내려갈 바닥도 없다. 그러나 진보정치의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하다. 더는 민족해방(NL)과 민중민주(PD) 논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보에 나라를 맡기면 나라를 팔아먹을 수 있다는 의심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경제민주화와 평등, 사회연대, 평화, 생태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책임정당이 돼야 한다. 민주당과의 차별화도 필요하다. 진보정의당은 좀 더 과감하게 반핵, 친환경, 기회균등을 더 강조해야겠다.”


○ 노회찬 대표 프로필

△1956년 부산 출생
△1983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7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창립
△2002∼2004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대선·총선 선거대책본부장
△17, 19대 국회의원
△2010년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
△2012년 10월∼현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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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omychans)

20대 국회의원(창원시 성산구) 정의당 원내대표 진보 정치 최초 3선 의원 &국민사이다